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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는 '매일 반복되는 혈당 수치와의 싸움'입니다. 아침마다 확인하는 공복 혈당 수치는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식후에는 예측할 수 없는 혈당 스파이크가 찾아옵니다. 당뇨병 환자 권기종 씨의 3년간의 기록은 단순히 약을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혈당 조절의 핵심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있으며,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관리의 시작입니다.

혈당 변동성이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
30세 이상 성인 구 명 중 여섯 명이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대입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3년 차인 권기종 씨의 아침은 긴장으로 시작됩니다. 정상 수치는 99 이하인데, 그의 공복 혈당 수치는 150을 가리킵니다. "오늘이 많이 나온 거예요. 120에서 130 나왔어요"라는 그의 말에는 매일 반복되는 무력감이 담겨 있습니다.
혈당 조절을 볼 때 우리는 공복 혈당, 식후 혈당, 당화 색소를 확인하지만, 네 번째로 중요한 것이 바로 혈당 변동성입니다. 권기종 씨의 경우 식후당이 270에서 290, 심지어 300까지 치솟았습니다. 쌀밥에 잡곡밥을 섞어 먹을 때조차 이런 수치가 나타났다는 것은, 단순히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은정 교수의 진료실에서 권기종 씨는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밥 먹고 30분 아니라 한 시간 운동을 해도 혈당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이게 야속스러운 거예요." 이 말은 당뇨병 환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좌절을 대변합니다. 노력의 보상이 즉각 오지 않을 때, 사람들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라는 죄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를 부착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침 식후에는 190에서 290까지, 저녁 식사 후에는 249, 어떤 날은 359까지 치솟았습니다. 목표 혈당인 70에서 180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데, 식사를 할 때마다 200에서 300 이상으로 혈당이 급등했습니다. 70% 이상 유지해야 하는 목표 혈당 유지율도 59%에 그쳤습니다.
혈당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식후 혈당이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가 잦다는 의미입니다. 고혈당 상태가 나타나면 포도당이 급증하면서 폭풍처럼 산화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산화 스트레스는 혈관 내피 세포를 손상시켜 동맥 경화가 나타나고, 결국 심혈관 질환이나 신장 질환 등 당뇨 합병증의 위험은 높아집니다. 실제로 권기종 씨는 검사 결과 단백뇨가 검출되어 신장 기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식습관조절, 정보가 아닌 실천의 기술
"조리밥을 먹어라, 채소부터 먹어라, 과일은 조금만 먹어라" - 권기종 씨는 가족들로부터 수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상적인 정보들은 실제 식탁 앞에서는 혼란만 가중시켰습니다. "떡 먹을래 밥 먹을래?" 같은 선택의 순간마다, 그는 무엇을 얼마나, 어떤 조합으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식후 혈당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선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인슐린 분비는 일기와 이기로 구분됩니다. 일기는 음식을 먹자마자 혈당을 낮추기 위해 많이 분비되는 단계이고, 이기는 이후 조금씩 오랫동안 분비되는 단계입니다.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음식 섭취 후 분비되어야 하는 일기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져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은정 교수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당뇨병이 진단됐을 때 이 인슐린 분비능이 반 정도가 없을 때 생긴다고 봅니다. 50%밖에 안 남은 거죠. 그중에서 당뇨병 환자 같은 경우는 매년 18%씩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이 말은 경각심을 주지만, 동시에 체념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는 희망도 함께 제시합니다. "인슐린 안 쓰는 방법. 뭐냐면 인슐린을 써야 될 만큼 혈당을 올리는 당지수가 높은 음식들을 안 먹는 겁니다."
권기종 씨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은 '도토리묵도 혈당을 올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건강식이라는 이미지에 기대서 안심하고 더 먹었던 음식들이 실은 혈당을 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밥에다가 묵을 같이 포함을 좀 해서 드셨더라고요. 묵 자체도 혈당을 올리는 음식이에요. 만약에 도토리묵을 반찬으로 드실 계획이 있다면 밥을 조금 줄여 드셔야 돼요."
권기종 씨는 식습관을 구체적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채소를 먹을 땐 고기나 생선과 함께 먹고, 쌈을 싸더라도 밥이나 쌈장은 되도록 넣지 않습니다. 탄수화물을 최소화하는 식사법입니다. "옛날에는 추상적으로 얘기해 줬단 말이죠. 이제 세부적으로 알 거는 뭐든지 음식마다 그 탄수화물이 다 있으니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소식을 하면서 골고루 먹어라. 대신에 단백질은 자주 섭취해라."
연속혈당측정으로 보이는 숨겨진 패턴
연속 혈당 측정기는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피부에 삽입되는 센서와 포도당 농도를 보내는 송신기,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수신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피하 지방이 가장 많은 팔 아래쪽에 센서를 삽입하면 세포 바깥쪽 체액을 이루는 간질에서 포도당 농도를 5분마다 측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혈당 수치는 수신기나 스마트폰에 자동적으로 기록돼 하루 24시간 혈당 수치와 변화의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권기종 씨는 이 측정기를 통해 자신의 혈당 패턴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보시면 뭐 그냥 드시기만 하면 올라간다 이렇게 아침 식후에 막 190에 290까지 올라가시고 저녁 식사는 한 249 정도 어 이날은 막 15일은 지금 359까지" - 이은정 교수의 설명은 권기종 씨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높게 혈당 스파이크를 경험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의 과정이었습니다. 맞춤형 식습관을 실천한 후 두 번째 측정에서는 전체 그래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좀 줄기는 했고요. 보시면은 벌써 아침 식사의 그래프도 상당히 적어진 걸 볼 수가 있어요." 권기종 씨는 밥의 양을 줄였고, 그 결과는 데이터로 명확하게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 사실은 당을 많이 움직이는 게 사실은 밥입니다. 밥을 좀 바꾸시면 생각보다 혈당 조절이 쉽습니다."
평균 혈당과 GMI 모두 떨어졌고, 무엇보다 목표 혈당 유지율은 정상 범위인 70%를 넘어섰습니다. 권기종 씨는 "아주 좋았어요. 감동적이었고"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어떤 그 떠오르는 정보가 엄청 많은데 그 정보를 뜯어놓은 정보를 단편적으로 알았던 거를 구체적으로 알았고 또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의지도 생겼다."
연속 혈당 측정기는 단순히 숫자를 보여주는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권기종 씨에게는 '실패'가 아니라 '패턴'을 보여주는 도구였고,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자극이 반복되는 구조'를 드러내는 거울이었습니다. 피 한 방울로 찍는 혈당이 아니라, 24시간 흐름을 보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몸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 당뇨는 설계의 기술이다
당뇨병은 참고 버티는 병이 아니라 내 삶을 조금 더 오래, 덜 아프게 살기 위해 설계하는 병입니다. 이은정 교수의 말처럼 "당뇨병은 저희가 갖고 같이 살아가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은 그분의 그냥 삶과 같이 가는 하나의 인생이다"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관리는 시작됩니다. 혈당은 단순히 낮추는 게 목표가 아니라 요동치지 않게 만드는 안정의 기술이며, 그 안정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권기종 씨의 사례는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_Pin5ovih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