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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180을 넘기며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의 공통점은 "증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라 불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를 "숫자 놀음" 정도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응급실 현장에서 매일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마주하는 의료진들은 고혈압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임을 증언합니다. 1,300만 명이 넘는 고혈압 환자 시대, 우리는 이 병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고혈압의 진실
고혈압의 진실

조용한 살인자, 증상 없는 고혈압의 위험성

박성미 교수가 응급실로 달려간 날, 환자의 혈압은 180을 넘어서며 심근경색 증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날이 추워지거나 늦가을에 들어서면 긴장을 합니다. 급성 심근경색이 다른 계절에 비해 심하지 20% 더 증가한다"는 그의 말처럼, 고혈압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더욱 치명적으로 변합니다. 문제는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예순다섯 살 조체환 씨는 혈압이 150에서 158까지 오르내렸지만 "자동으로 낮춰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방치했습니다. 그는 혈압약과 당뇨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속설 때문에 약 복용을 미뤘습니다. "60대지만 40대 체력은 된다"라고 자신했던 그는 영양제만 먹으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가슴을 조여 오는 흉통과 따끔거리는 통증이 찾아왔고, 그는 "올 것이 왔네"라는 생각과 함께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측정한 그의 혈압은 180이 넘었고,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습니다. 박성미 교수는 "심장이 좀 많이 커져 있고 뻣뻣하게 뛰어요. 고혈압을 오랫동안 방치하신 것 같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치료하지 않는 비율이 각각 22.8%와 25.9%에 달하는 현실에서, 조체환 씨의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37세 최용호 씨의 경우입니다. 그는 고혈압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첫 증상이 말기 신부전이었습니다. "주저앉아 가지고 숨이 헐 떡 헐 떡 할 정도로 되니까 병원에 갔는데, 지금 상태면 가다가 그냥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응급실을 찾았을 때 그의 수축기 혈압은 181, 심장 기능은 60점 만점에 15점에 불과했습니다.
박성미 교수는 고혈압을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는 것"에 비유합니다. "미지근한 물이 담긴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밑에서 불을 켜면, 개구리는 물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모르고 편안하다고 느끼다가 결국 죽게 됩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망가지는 걸 모르고 있다가 증상이 확 나타났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 있습니다." 이 설명은 고혈압이 왜 조용한 살인자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혈압약 오해, 평생 복용해야 할까?

"고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속설은 많은 사람들이 약 복용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박성미 교수는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 고혈압 환자에게서 표적 장기 손상이 없는 환자가 혈압약을 드시면서 적정 혈압이 유지되고 생활 요법을 잘하시면, 혈압약을 완전히 끊고도 적정 혈압을 계속 유지하는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반대로 심뇌혈관 질환이 이미 생긴 분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분들은 혈압약을 드시는 것이 가지고 계신 부정맥이라든지 심부전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치료하는 목적으로도 쓰고 있는 약재이기 때문에, 나는 혈압이 정상이 됐으니까 임의로 끊어 버리면 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즉, 합병증이 생기기 이전 고혈압 초기에 약을 복용했다면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이미 심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평생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혈압약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박성미 교수는 "일반적으로 혈압약 자체에서 부작용이 크게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뇨제를 고용량으로 오래 사용하면 콩팥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칼슘 차단제는 발목 부종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런 경우 약을 다른 성분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더 크다면 약을 쓰겠다고 담당 의사 선생님들이 결정을 하게 됩니다."
최용호 씨는 약을 한 번 안 먹어본 경험을 이렇게 말합니다. "한번 안 먹어 봤거든요. 진짜 큰일 나요. 그 몸에 바로바로 나타나더라고요. 심장이 빨라지는 게 느껴지고, 그리고 몸에 좀 열이 난다는 느낌." 말기 신부전까지 갔던 그는 1년간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일주일에 다섯 번 운동하며 체중을 123kg에서 95kg로 줄였습니다. 그 결과 심장 기능이 60점 만점에 15점에서 50점까지 회복되었고, 심장 크기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혈압 치료의 목적은 혈압 수치만 단순히 떨구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적정 혈압을 계속 유지한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혈압 수치가 2만 떨어져도 심장병 위험이 7%, 뇌졸중은 10% 감소합니다. 따라서 약 복용의 득과 실을 따진다면, 장기간 고혈압이 남기는 손상(실명, 투석, 뇌졸중, 심근경색)과 비교할 때 약 복용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합병증 예방, 위험도에 따른 맞춤 치료 전략

고혈압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심뇌혈관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박성미 교수는 "고혈압 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의 전략이 조금 달라집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 미만, 이완기 80 미만입니다. 1기 고혈압은 수축기 140/99이며, 2기 고혈압은 수축기 160 이상 또는 이완기 100 이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혈압 수치만이 아니라 심혈관 위험인자의 개수입니다. 나이, 가족력,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등이 위험인자에 해당합니다. "남성 같은 경우에는 조금 일찍이 혈압이 좀 발생을 합니다. 특히 조기 가족력이라고 해서 조금 젊은 나이의 부모님이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계셨다면 또한 위험 인자에 해당이 되겠습니다." 고혈압 1기부터는 위험인자가 없더라도 3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만약 위험인자가 세 개 이상이거나 이미 심뇌혈관 질환이 있거나 만성 콩팥병이 있다면 고혈압 1기라도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곧바로 적극적인 약물 치료와 생활요법이 동반돼야 합니다. 2기 고혈압 환자는 위험인자가 단 한 개만 있어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즉시 약물 치료와 생활요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적정 목표 혈압도 달라지는데,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은 수축기 140 미만, 이완기 90 미만이지만, 심뇌혈관 질환이 동반된 고혈압이나 심뇌혈관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은 수축기 130 미만, 이완기 80 미만입니다.
조체환 씨의 경우, 65세에 고혈압이 있고 가족력도 있으며 이미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 고위험군에 해당했습니다. 따라서 수축기 130 미만, 이완기 80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해야 했습니다.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 처음으로 혈압약을 먹기 시작한 그는 "약 먹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이제 내려가야 되겠죠"라며 적정 혈압 관리에 나섰고, 다행히 고위험군의 적정 혈압 기준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모세혈관이 가장 먼저 손상을 입게 됩니다. 고혈압성 망막병증으로 실명을 부를 수 있고,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성미 교수는 "혈압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표적 장기는 손상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첫 증상이 심근경색이라든지 돌연사라는 회복되지 못하는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합니다.
고혈압은 "버티는 게 강한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게 강한 것"입니다. 조체환 씨는 "순간 갈 수 있는 병. 순간 언제 어디 쓰러질지 모르잖아요"라며 고혈압의 무서움을 깨달았습니다. 최용호 씨는 "생활 습관이 오래되다 보니까 이 지경이 된 것 같다"며 과거를 반성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합병증이 생기고 나서야 고혈압이 무서운 병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다행히 적극적인 치료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고혈압은 '언젠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QVwGi7-OiAI&list=PL0gAYt7Z6LetW2I-RIEOQqWNvagNJeeDc&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