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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70대 이상 고령 환자들은 흔히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서둘러 수술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척추 전문의들은 수술의 적기를 나이가 아닌 '생활 기능의 붕괴'와 '신경학적 증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글에서는 척추관 협착증과 전방 전위증을 앓는 고령 환자 사례를 통해 언제, 어떻게 수술을 결정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살펴봅니다.

 

고령자 허리수술
고령자 허리수술

고령자 허리수술 적기 판단 기준

척추 수술의 권위자인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는 환자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어떻게 하면 수술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의사가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보다,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개입만을 하려는 의료 철학을 보여줍니다. 고령 환자에게 수술 자체보다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전신 마취와 긴 수술 시간이 심장과 폐에 주는 영향이기 때문입니다.
75세 임덕조 씨는 8년 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고, 최근 다리가 절리는 증상이 나타나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진동규 교수는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생활하는데 견딜만하십니까? 아니면 생활에 지장이 있습니까?" 임덕조 씨가 "10분 정도 걸으면 두세 번 쉬어야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하다"라고 답하자, 진 교수는 수술을 서두르지 않고 3개월간 경과를 지켜보기로 결정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수술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적응의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60년, 70년을 살아온 환자들은 자신만의 아프지 않은 자세와 통증을 버티는 법을 몸으로 익혀왔습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통증에 몸을 맞추며 적응해 온 세월이 있기에, 모든 척추 질환이 즉각적인 수술 대상은 아닙니다. 반면 이숙자 씨처럼 길을 건너다 다리가 마비되어 주저앉거나, 택배 상자조차 치울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이 무너진 경우라면 이는 명백한 수술의 적기입니다. 결국 수술 결정의 핵심은 통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고, 마비가 와서 생활 자체가 위협받는 시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환자 맞춤형 최소수술 원칙

이숙자 씨는 70대 후반으로 척추관 협착증과 척추 전방 전위증이 함께 온 상태였습니다. 요추 다섯 마디 중 2번, 3번, 4번 세 마디에 문제가 발견되었고, 다른 병원이었다면 세 마디 전체에 나사못을 박는 대규모 유합술을 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진동규 교수는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를 고려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척추 수술의 기본 원칙은 '감압술'입니다. 모든 퇴행성 척추 질환은 신경이 눌리는 것이 핵심 문제이므로,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것이 첫 번째 치료 원칙입니다. 이숙자 씨의 경우 2번과 3번 마디는 불안정이 심하지 않고 협착증만 있었기 때문에 감압술만 시행했습니다. 반면 4번 5번 마디는 척추뼈가 어긋나는 전방 전위증이 심해 유합술이 필요했지만, 이 역시 한 마디에만 나사못 네 개를 넣는 최소 범위로 제한했습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수술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수혈도 필요 없었습니다. 고령 환자에게 수술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취 시간이 짧아지고, 출혈량이 줄고, 회복 속도가 빨라지며, 합병증 위험이 감소합니다. 실제로 이숙자 씨는 수술 이틀 만에 건강하게 걸을 수 있었고, "설마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 안 믿었다"며 놀라워했습니다. 이는 '많이 고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고쳐서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고령자 수술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척추의 재안정화 과정 이해하기

척추의 퇴행을 단순히 '망가진 상태'로만 이해하면 안 됩니다. 우리 몸의 척추는 일정한 연쇄 반응을 거치며 스스로 적응하고 재안정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노화는 디스크의 수핵을 감싸는 섬유륜이 마모되면서 시작됩니다. 이때 수핵이 튀어나오면 추간판 탈출증, 즉 디스크가 발생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디스크 수핵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부피가 줄어들며, 이를 지탱했던 관절과 인대가 팽팽함을 잃고 헐거워집니다.
나사가 풀린 가구처럼 척추가 덜컥거리며 불안정해지면, 우리 신체는 이를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불안정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적응 과정에 들어갑니다. 흔들리는 척추를 살리기 위해 디스크 양쪽과 위아래로 골극이 자라나며 디스크가 닿는 면적을 넓혀줍니다. 또한 인대가 두꺼워지고 후관절이 커지면서 척추는 다시 안정됩니다. 이것이 바로 척추의 재안정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척추가 안정되는 대신 유연성을 잃고,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합니다. 두꺼워진 인대와 커진 후관절이 신경을 누르며 통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협착증은 단순히 나쁜 현상이 아니라, 몸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진동규 교수가 "70년을 이 병을 갖고 살아오신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척추 분리성 전방 전위증처럼 어릴 때부터 생긴 병이라도, 몸이 적응하며 70년을 버텨온 것이기에 지금 당장 수술이 필요한지는 현재의 증상과 생활 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고령자의 허리 수술은 나이가 아니라 삶의 질과 신경학적 증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무조건 빨리 하는 것도, 끝까지 참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통증이 삶을 무너뜨리고 마비가 일상을 위협할 때, 그리고 그 수술이 환자에게 최적화된 최소 범위로 계획될 때, 비로소 수술은 삶을 회복시키는 현명한 선택이 됩니다. 조급함보다 정확한 판단 기준이 중요하며, 의사와 환자가 함께 적응의 시간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CEbQBWmAb4&t=29s